문래메탈시티 보도·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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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MMC, 한국 헤비메탈 서브컬처를 주조하다 (조일동)
조일동 (음악취향Y 편집장) · 2025 MMCMMC, 한국 헤비메탈 서브컬처를 주조하다
철강, 금속 가공, 주조업으로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의 도시 버밍엄 일대에서는 Black Sabbath와 Judas Priest, Led Zeppelin 멤버의 절반이 탄생했다. 그뿐인가 익스트림메탈의 선구자 Napalm Death, Godflesh, Benediction도 버밍엄을 감싼 쇳소리의 기운을 이어받아 헤비메탈의 판을 새로 짰다. 버밍엄은 말 그대로 금속의 도시다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는 한국에서 중소규모 금속 주물, 주조, 가공업이 가장 발달했던 지역이었다. 1960년대 철공소가 하나둘 생겨나며 철공단지를 이룬 이래 문래동은 화염과 쇳물, 굉음이 그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2000년 무렵부터 저렴한 해외 금속 가공품이 수입되면서 문을 닫는 철공소가 늘어났다. 철공소가 사라졌다고 문래동의 용광로까지 꺼진 것은 아니었다. 쇳가루 가득했던 빈 공간을 예술가들이 다시 찾으면서 예술촌이라는 새로운 용광로가 지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13년 한국의 금속 도시 한구석에서 새로운 예술 용광로 하나가 불을 당겼다. 작지만 뜨거운 불꽃을 토해내기 시작한 이 용광로의 이름은 헤비메탈 페스티벌 문래메탈시티(MMC)다.
금속의 도시를 가장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 금속 도시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음악, 헤비메탈에 대한 뜨거운 애정 하나로 조금씩 존재감을 키워온 MMC가 열두 번째 페스티벌을 2025년 6월 14-15일 개최한다. 지난 12년 동안 한국의 헤비메탈은 나날이 질적 성장을 지속해왔다. 하드록에 기반한 정통 헤비메탈에서 쓰래쉬, 블랙, 데스, 젠트, 스토너 메탈에 이르기까지 장르적 다변화를 이뤄낸 것은 물론, 발표하는 앨범마다 담긴 음악적 완성도에서 청자들을 놀랍게 만들어왔다. 한국 헤비메탈의 성장은 2016년 한국대중음악상에 헤비니스(현 메탈 & 하드코어) 부문 시상이 신설된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력과 개성으로 뭉친 2000년대 한국 헤비메탈의 성장과 MMC의 역사는 중첩되어 있다. 밴드는 무대에서 성장하고, 큰 무대의 경험은 밴드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몇 단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MMC는 지난 12년 동안 신구 밴드 교류의 장이 되어왔다. 1980년대 한국 헤비메탈 씬을 만들고 지금껏 지켜온 선배들의 무대에 감탄하고, 새로운 시도와 패기로 똘똘 뭉친 신진 밴드가 성장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기회를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본, 타이완, 중국, 러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헤비메탈 밴드를 초청해 아시아 헤비메탈 밴드 사이의 컨택트 존이 되어왔다. 이러한 MMC의 행보는 별다른 성격이나 특징 없이 단지 인기 음악인을 모아 개최하는 여타 페스티벌과 다른 모습이다. 헤비메탈 서브컬처의 역사를 무대에서 다시 써 내려간 작업에 다름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헤비메탈 문화코드를 공유하는 아시아 각국의 밴드와 팬들 사이의 이해와 화합을 다지는 역할을 해왔다. 열정과 애정, 그리고 자부심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개성을 가진 한국, 나아가 아시아 헤비메탈 서브컬처를 지켜온 셈이다.
열두 번째 MMC의 주제는 'Conflict Paradise'다. 헤비메탈 서브컬처를 만들고 지키며 시공간적으로 다른 배경을 지닌 헤비메탈 밴드와 팬들을 엮어 온 MMC가 쌓아온 역사가 단박에 떠오르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서로 다른 개성과 스타일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면서도 헤비메탈에 대한 애정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에서 만나게 되는 메탈헤드들처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건강한 긴장과 화합을 만들 수 있음을 은유하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이틀 동안 진행될 MMC 페스티벌 참가 밴드의 목록을 보라. 1988년 데뷔 이래 무대를 지켜온 선배부터 2024년 데뷔작으로 충격을 준 후배까지, 대만과 일본, 한국이라는 국경을 뛰어넘어 메탈에 대한 신념을 지켜온 아시아 헤비메탈 최전선에 선 밴드들의 이름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강철은 불을 입히고,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 헤비메탈 음악도 다르지 않다. 헤비메탈의 불꽃을 쉼 없이 지켜온 MMC에서 더 단단해질 헤비메탈을 맘껏 누려보기 바란다.
(조일동, 음악취향Y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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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여기 헤비메탈이 살아있다. (이경준)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 2016 MMC 리플렛여기 헤비메탈이 살아있다.
단언하는 사람들이 있다. 록의 시대는 끝났다고. 헤비메탈을 이제 누가 하냐고. 아무리 록과 헤비메탈의 지분이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지만 성급한 단언이다. 성급할뿐더러 오해하고 있다. 헤비메탈은 현재 그 어느 장르보다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장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헛소리가 아니다. 해외 헤비뮤직계의 트렌드를 살펴왔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헤비메탈이야말로 포크, 일렉트로니카, 힙합, 댄스, 재즈 등과 부지런히 대화하며 외연을 넓혀온 장르라는 점을. 한 해를 정리해 보았을 때, 어느 분과 못지않게 퀄리티 높은 수작이 쏟아지는 장르라는 점을 말이다. 국내의 상황도 해외 씬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작년, 한국 대중음악계를 총 정리하는 자리에서 메써드와 블랙 메디신이 음반이 모두 ‘올해의 음반’에 노미네이트 됐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올해로 세 해째를 맞는 문래메탈시티의 라인업은 최근 국내외 헤비메탈계에 나타난 동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히 이것이 한국 헤비메탈의 최전선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유럽 씬에서 오래전부터 인정받은 다크 심포니 밴드가 있고 하드코어와 메탈코어 사이에서 독보적인 팀 컬러를 세공한 밴드가 있으며,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결합한 트랜스코어 밴드가 있다. 그뿐인가? 폭발적인 헤비 리프를 선보이는 브루털 데스 밴드가 있고 호방하고 스트레이트한 그라인드코어 밴드도 있으며, 서정성과 강렬함이 동시 공존하는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도 있다. 그리고 결성 30년에 이르는 베테랑 헤비메탈 밴드가 뒤를 받친다. 이중 단 한 팀도 같은 음악을 하는 팀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문래메탈시티가 열리는 곳은 주지하다시피 문래동의 클럽 스컹크헬이다. 문래동하면 철공소가 밀집한 지역이고, 늘 철을 다루는 소리로 시끌벅적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메탈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건 뭔가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전혀 공연장 같은 건 없을 것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홀연히 솟아오른 조그마한 콘서트홀. 공연문화의 메카 홍대와 멀리 떨어진 약간은 음침한 장소. 허나 뭔가 찾아가는 재미를 주는 색다른 공간이다. 서울, 대전, 부산, 청주, 일본에서 집결한 밴드들이 10월 15일(토요일)과 16일(일요일) 양일, 이곳에 모인다. 규모로만 승부하려는 온갖 페스티벌 범람시대에 꼭 필요한 유니크한 소규모 페스티벌이 아닐 수 없다.
문래메탈시티가 열린다. 15팀이 나온다. 이곳을 찾게 될 팬들은 한국 헤비메탈의 현황을 볼 수 있다. 한국 헤비메탈의 발전사를 접할 수 있다. 한국 헤비메탈의 다채로운 스펙트럼과 만날 수 있다. 진화하는 헤비메탈과 조우할 수 있다. 이런 말들은 결코 과장이나 허언이 아니다. 헤비메탈은 여전히 매력 넘치는 분과 장르로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확인해보시길. 헤비뮤직의 오랜 팬으로서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장차 문래동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헤비메탈 씬으로 남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여기, 아직 헤비메탈은 살아있다.

